끝났다!!

 

 

어제 원고 마지막 파일을 전송했다! 습관적으로 새벽에 커피를 내리려다가 아! 이제 안 마셔도 되는구나 하고 놀랐다.

  자꾸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불안한데 막상 할 것이 없어 어색하기까지 하다.

12월 들어서면서 부터 일단 집에 오면 오늘은 **까지 해 놓고 자야한다는 생각에 초조해하다가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딴 짓에 한눈팔다 시간보고 놀라고. 반쯤 졸면서 끄적이다 결국 다 마무리 못하고 기절하기를 매일같이 반복했었지.

뭔가를 해 내는데 다른 사람의 3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다, 만화원고는 처음 하는 일이었기에 요령이 없으면 부지런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. 연말에 엄청난 유혹이었던 모 게임 업데이트도 ㅠㅠ못 본 체하고 약속도 거절하고... 신정 이후로는 술도 안마셨네? 2013년 이후로 이렇게 장기간 금주했던 적이 없었는데.

  첨에 감사한 제의를 받았을 땐, 10여 페이지 후딱 하면 되지 않냐? 라고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그 생각이 만용이었단 걸 절실히 깨달았다. 일단 콘티. 머릿속이 백지상태라 도대체 화면에 무얼 어떻게 집어넣어야할지 막막했다. 옛날 만화책들 참고하려고 꺼냈다가 그거 읽느라고 시간 다 보내고.. 어째저째 콘티 만드는데 시간이 엄청 걸려서 막상 원고 들어갈 시기에는 진짜 초조해서 3일에 1페이지 완성한다 쳐도 다 못할 만큼 마감이 코앞이라 정말 뭔가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. *툴이랑 포토샵이랑 씨름하며 검색질하고.. 펜선에 필압 넣는 법부터... 톤 바르고 직사각형 칸 치는 법... 마감 1주일 전에야 레이어를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는 걸 배우고...몰랐던 기능들 다 검색해서 원고에 이것저것 연습하는 여정이 참 지금생각해도 짠눈물이 고인다

채색 같은 경우는...... 디지털 채색은 처음 해보는 상황에서 설정을 이리 저리 바꿔보며 배워서 하자니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. 진짜 맨땅에 헤딩이었는데 어떻게 완성은 해 냈지만 이것도 다시 보기 부끄러워. 원하던 느낌이 있었건만 색이 어떻게 섞이는지 몰라 제대로 안 나왔다. 그렇게 원고 다 해놓고 마지막에 대사 정할 때는 이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머리 빠질 것 같았다. 첨에 생각해 둔 소재는 있었지만 짧은 페이지에 담기 무리라 펜선 절반 들어간 상태에서 그리면서 다 수정하고 바꿨더니 나중에는 나도 헷갈렸다. 나중에 보니 개연성도 없이 그냥 다 때려 넣은 꼴이다. 보기 괴로워 내가 좋은 게 좋은 거야 위로하다가 다른 분들 원고 보고 좌절하고.

 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(허접하지만) 하고나니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.. 소중한 경험을 한 건 분명하다. 기회를 주신 분, 도와주신 분들에게 고맙다.